한편의 동화 같지만 읽어보면 별거 없는 미르뱅 이야기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주 먼 옛날, 금과 은을 잘게 잘게 쪼개 나노 물질을 만들어 팔아 살아가던 공대생 미르뱅이 살고 있었어요. 마을에서 유명한 게으름뱅이었던 미르뱅은 어느 여름, 금과 은을 모두 내려놓고 그간 모은 돈을 모아 세계여행을 떠났어요. 미르뱅은 세계 각 지역의 특산품과 전통주를 먹고 마시며 한량 생활을 만끽했죠. 낯선 곳을 다니며 가끔 멈춰서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가끔 벤치에 앉아 시를 읊조리고, 가끔 아닌 자주 술에 취해 인생과 삶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행을 시작할 때의 따스한 여름 햇살은 모두 사라지고 시린 겨울바람이 다가온 걸 깨달았죠. 물론 전 재산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구요. 미르뱅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돌오돌 떨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와보니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자기 길을 찾아 잘 살아가고있었죠. 하지만 미르뱅은 아름다운 여행의 기억에 갇혀 일도 공부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더 게으르고 맹해져 갔어요.
이년 후…
여느날 처럼 미르뱅은 핸드폰으로 지난 여행 사진을 보고 있었는데, 여행 사진을 정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하는 걸 찾기 위해 A스토어를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미르뱅 원하는 건 찾을 수 없었어요. 아쉬운 마음에 미르뱅은 스스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 후 겨우겨우 집 밖으로 나가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게으른 태생에 비해 미르뱅은 나름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원하던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어냈어요. 미르뱅은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진짜 개발자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방문하게 되었죠. 그곳에서 만난 친절한 진짜 개발자들이 건네주는 명함을 받았지만, 소속회사도, 직함도, 사무실도, 명함도 없어 멀뚱멀뚱 서 있던 미르뱅은 상대의 의문스러운 표정을 마주하다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을 꺼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모바일 개발자 미르뱅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게으름뱅이 한량 미르뱅입니다.” 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미르뱅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면서 모바일 개발자가 되었죠.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거 진짜 모바일 개발자가 되기로 합니다. 예전처럼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앉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꿈꾸면서.
하지만 여전히 미르뱅은 너무도 게을러서 그 꿈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올려보기로했죠. 공부한걸 잊지않기 위해서, 스스로 개발자라고 말하는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조금씩 조금씩 하다보면 미르뱅도 멋진 개발자가 될 수 있겠죠 :)
부디 미르뱅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기원해주세요.